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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소설 - 3 : 화염폭풍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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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19-11-13 15:27 조회1,1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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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했다.
몇달동안이나 침대에 누워서 가만히만 있으려니 너무 지루했다.
룸메이트이자 간병인인 비올라는 착한 사람이였지만, 만족할만큼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였다.
솔직히말하자면, 그 사람의 유머는 노잼이였다.

비올라가 숲으로 나무를 하러가고 없을 때였다.
문뜩 창밖을 내다보다, 숲에 가보고싶은 충동이 일었다.
나는 원래 건강할 때도 집 밖에 자주 나다니는 타입은 아니였지만, 아니 오히려 아픈때라서, 한번 밖에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환자가 없어지는 것도 웃긴 이야기거리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숩고 바보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

숲의 공기는 신선하고 맑았다
마치 마법이 깃든 것 처럼 좋았다.
진짜로 마법이 깃들었다면 내가 가장 먼저 알아차렸겠지만, 그럼에도 그 공기를 최대한 들이마시면 어떻게든 마력을 짜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머리속에 든 복잡하고 무저운것들을 비워내고 그자리에 그 공기를 채워 넣으려고 했다.
나는 아무생각없이 걸었다.
어디로 갈지도, 숲길이 어디로 이어지는 지도, 생각하지 않고 걸었다.
그저 이따금 꽃 앞에 멈춰서 쪼그려앉거나, 나무옆에 멈춰서 기댈 뿐이었다.
그러다가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바람이 바뀌기 시작했다.

--

숲속 공기는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눈을 돌려 어디를 봐도 불꽃의 붉은 빛이 눈에 들어왔다.
심지어는 하늘마저도 타는 듯이 붉었다.
숲은 완전히 불길에 휩싸였고, 바람은 뜨겁게 타오르며 폭풍처럼 닿는 모든것을 할퀴고 있었다.
내 살은 빨갛게 달아오르고 목구멍으로는 따가운 숨이 차들어왔다.
그런 불길속에 서 있는 것은 좋은 생각은 아니였지만, 달리 갈 수 있는 길이 보이지도 않았다.
나는 주저앉았다.

이 불길이 나를 집어삼키게 될까?
이 불길이 세상을 집어 삼키게 될까?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답을 알고 있었다.

짧든, 오래걸리든 간에, 결국에는 이 불도 잿빛 검은색만 남기고 조용히 사라져버리게 될 것이다.
영원히 타오르는 붉은색은 존제하지 않는다.

내 머리속에 채워뒀던 숲속 공기들이 모두 타 버리고, 복잡하고 무거운 것들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

아주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불길속에서 토끼소녀가 나타났다.
그는 작고 귀여운 채구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손에 들린 사냥용 장총과, 그 불길속을 당당히 걸어나오는 모습에서 전혀 작은 존제하고 생각되지않는, 어떤 위엄을 풍기고 있었다.
그가 지나가다가 나를보고 멈춰서서, 물었다.

"길을 잃었나요?"
"네"
"어디로 가고 싶은데요?"
"...모르겠어요."
 
내가 답하다가, 그는 잠시 나를 훑어보고는, 뭔가 생각해내더니 말을 이었다.

"그럼, 저랑 같이 가실래요?"
"어디로 가는데요?"

그는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나는 그의 눈동자에서, 낯설면서도 익숙한 붉은 빛을 보았다.
그건 의지였을까? 열정이였을까?
만약 영원히 타오르는 붉은 빛이 존제한다고 한다면 그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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